잠깐, 제목을 다시 읽어보자. 게임스탑이 이베이를 인수하려 했다고?
맞다. 동네 쇼핑몰 게임 코너가 하나씩 사라지는 걸 보며 '망해가는 회사'로 기억하는 바로 그 게임스탑이, 미국 2위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째로 사들이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약 57조원($55.5B)이라는 규모로. 이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타임라인: 9일간의 황당한 드라마
5월 3일 — 게임스탑 CEO 라이언 코헨이 이베이 이사회에 주당 $125, 총 약 $55.5 billion(한화 약 57조원) 규모의 비구속적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공개 서한 형식으로 제출된 이 제안은 즉각 시장에 퍼지며 충격파를 일으켰다.
5월 12일 — 이베이 이사회는 단 9일 만에 공식 거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의 핵심 문구는 단호했다: "neither credible nor attractive" — 신뢰할 수 없고 매력도 없다.
게임스탑 주가는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도 이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게임스탑이 어떻게 $9.4B을 갖고 있나?
이 질문이 핵심이다. 게임스탑이 돈이 없어서 망한 게 아닌가?
사실 게임스탑은 2021년 '밈주식(meme stock)' 열풍의 직접 수혜자다. 월스트리트베츠(r/WallStreetBets) 커뮤니티가 주도한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에서, 게임스탑 주가는 수백 퍼센트 폭등했다. 회사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주식을 대량 발행해 현금을 끌어모았다. 결과적으로 게임스탑은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쌓았고, 지금도 약 $4.7 billion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인수 제안에서 게임스탑은 자체 보유 현금 $9.4B에 TD Securities로부터 최대 $20B의 파이낸싱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합산하면 $29.4B. 전체 인수가 $55.5B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아예 돈이 없는 건 아님'을 보여주려 한 셈이다.
왜 이베이였나? 라이언 코헨의 논리
라이언 코헨은 원래 반려동물 이커머스 플랫폼 Chewy를 창업해 성공한 인물이다. 그가 게임스탑에 합류한 것 자체가 오프라인 게임 유통 사업을 이커머스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게임스탑이 이미 중고 게임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고, 이베이는 C2C(소비자 간 거래) 이커머스의 대명사다. 두 회사를 합치면 게임 관련 중고 거래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코헨 입장에서는 '이상한 조합'이 아니라 '시너지 전략'이었다.
물론 시장은 그 시너지를 전혀 납득하지 못했지만.
이베이가 거절한 3가지 이유
이베이 이사회 거절 이유 3가지
1.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 — $9.4B 현금 + $20B 파이낸싱 계획은 $55.5B 인수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20B 파이낸싱이 실제로 확정된 것인지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 운영 리스크 — 오프라인 게임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가 대규모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하고 통합·운영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표명했다.
3. 거버넌스 우려 — 게임스탑의 기업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밈주식 열풍 이후 비전통적 경영 방식으로 주목받아온 회사가 $55.5B 규모의 인수를 적절히 실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이 제안은 진지하지 않다."
게임스탑의 앞날은?
이번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게임스탑의 전략적 방향성에 대한 의문이 더 커졌다. 오프라인 매장은 계속 줄고 있고, 이커머스 전환 시도는 번번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 NFT 마켓플레이스 진출도 시도했다가 2023년에 접었다.
보유 현금은 아직 있다. 하지만 그 현금을 어디에 쓸지가 여전히 미지수다. 밈주식 투자자들은 라이언 코헨을 '게임체인저'로 믿고 있지만, 이번 이베이 인수 시도는 그 믿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사건이었다.
커뮤니티 반응: 게이머들은 어떻게 봤나?
게임 커뮤니티에서의 반응은 한 마디로 '황당함'이었다.
""게임스탑이 이베이 사려고 한다는 뉴스 보고 꿈인 줄 알았음. 우리 동네 게임스탑은 10평짜리 가게인데 이베이를 산다고?"
— Reddit r/gaming 유저 throwaway_gamer99
""라이언 코헨이 정말 Chewy 성공을 이베이에서 반복하려는 건지, 아니면 밈주식 투자자들 달래려는 쇼인지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이베이 이사회가 맞는 판단을 했다고 본다."
— 시장 분석가 X(트위터) 포스트
""게임 리테일이 죽어가는 게 아니라, 게임스탑이 죽어가는 거다. 이번 일로 확실해졌음."
— 디시인사이드 게임 갤러리 반응 요약
정리
게임스탑의 이베이 인수 시도는 밈주식 시대가 남긴 가장 기묘한 유산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현금은 있지만 방향을 잃은 회사가 무모한 도박을 시도했고, 상대방은 단 9일 만에 문을 닫아버렸다.
라이언 코헨이 다음에 무엇을 꺼낼지 — 게임 커뮤니티는 반쯤 두렵고 반쯤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