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어: 오토마타 — 게임이 철학을 다룰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작품
스팀 평가: 매우 긍정적 (93%) | 메타크리틱: 88점 | 누적 판매량: 700만 장 이상
"스팀 커뮤니티 반응: "엔딩 E 이후로 1주일 동안 멍했다"는 반응이 리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게임이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몰랐다"는 표현이 가장 많이 인용되는 리뷰 문구 중 하나다. 루트 A만 보고 끝낸 사람들에게는 "왜 루트 B, C까지 해야 하냐"고 되묻는 커뮤니티의 강권이 기다리고 있다.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가" —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게임플레이다
게임이 철학을 다룰 수 있을까? 많은 작품이 시도했고, 많은 작품이 대사와 컷씬 속에 철학을 박제한 채 실패했다. 니어: 오토마타는 다르다. 이 게임은 철학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직접 그 물음과 충돌하도록 설계한다.
2017년 출시된 이 작품은 요코 타로 감독 특유의 어둡고 순환적인 세계관에 PlatinumGames의 매끄럽고 폭발적인 액션을 결합했다. 메타크리틱 88점, Steam '매우 긍정적(압도적)' 평가, 전 세계 누적 판매량 700만 장 이상. 숫자는 훌륭하지만, 이 게임의 본질은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다.
니어: 오토마타는 "게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대담하게 던진 작품 중 하나다.
전투: 핵앤슬래시와 탄막 슈팅이 만난 자리

PlatinumGames는 베요네타, 메탈 기어 라이징 등으로 입증된 액션 게임 장인이다. 니어: 오토마타에서 그 장인 정신은 최고 수준으로 발휘된다.
기본 전투는 두 개의 무기 슬롯을 사용한 콤보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단버튼 연타로도 그럴듯한 전투가 이뤄지지만, 숙련될수록 회피 타이밍과 속성 상성, 그리고 공중 연계를 활용한 화려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지는 회피는 일시적인 슬로모션 효과(오토칩 '회피 가속')를 부여해 반격 기회를 준다.
그런데 이 게임의 전투를 단순한 핵앤슬래시로 분류하면 절반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 니어: 오토마타는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어느 순간 탄막 슈팅으로 전환되고, 특정 구간은 횡스크롤 액션이 되며, 때로는 텍스트 어드벤처처럼 펼쳐진다. 이 장르 전환은 단순한 연출 트릭이 아니다 — 각 장르 전환이 서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요코 타로의 의도가 느껴진다.
포드 시스템과 무기 다양성
2B와 9S, A2 모두 '포드(Pod)'라 불리는 소형 무장 드론을 동반한다. 포드는 전투에서 자동으로 사격을 지원하며, 특수 공격인 '포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레이저, 미사일, 그물, 광역 폭발 등 다채로운 광역 공격을 날릴 수 있다. 포드 프로그램은 쿨타임이 있으므로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기는 소검, 대검, 창, 권투 글러브(공격 속도 특화) 등 여러 종류로 나뉜다. 두 슬롯에 서로 다른 무기 유형을 장착해 근거리 연계 패턴을 직접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검(빠른 콤보) + 대검(마무리 타격) 조합은 공격 리듬에 자연스러운 기승전결을 만들어 낸다. 무기마다 부여된 고유 스킬 레벨업 시스템도 있어, 자주 쓰는 무기일수록 특수 능력이 강화된다.
요르하 안드로이드: 2B, 9S, A2 — 각자가 다르게 플레이되는 이유

니어: 오토마타는 세 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제공하며, 각자의 플레이 스타일이 뚜렷하게 다르다.
2B(요르하 2호 B형)는 게임의 메인 플레이어블 캐릭터다. 전투형 안드로이드답게 빠르고 강력한 근접 전투가 특기다. 무기를 두 개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으며, 공중 콤보와 지상 콤보의 전환이 유연하다. 감정을 억제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존재지만, 그 억제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가 이 게임의 핵심 서사다.
9S(요르하 9호 S형)는 정찰형 안드로이드다. 전투력은 2B보다 낮지만, '해킹' 능력이 있다. 해킹 미니게임을 통해 적을 제어하거나 자폭시키는 방식은 단순히 때리는 것보다 두뇌를 더 쓰게 만든다. 9S 파트는 세계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하며, 그의 호기심과 감수성이 서사를 새로운 층위로 끌어올린다.
A2(요르하 A형 2호)는 요르하 이전 세대 시험 기종으로, 탈영 안드로이드다. 2B와 비슷한 전투 스타일을 가지되, 특수 능력으로 일시적으로 광폭화해 공격력을 폭발적으로 높일 수 있다. A2의 존재 자체가 세계관의 어두운 진실을 향한 열쇠다.
이 세 캐릭터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같은 세계를 경험하도록 설계된 것이 니어: 오토마타의 구조적 핵심이다.
멀티플레이스루 (루트 A/B/C): 왜 반드시 전부 플레이해야 하는가
니어: 오토마타를 한 번 클리어하고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 게임의 절반도 보지 못한 것이다.
게임은 총 26개의 엔딩을 포함하며, 크게 루트 A, B, C/D/E로 구분된다.
루트 A는 2B를 조작하며 게임의 세계와 기본 사건을 경험하는 첫 번째 플레이다. 완결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물음표를 남긴다.
루트 B는 9S 시점에서 루트 A와 동일한 사건을 다시 따라간다. 같은 사건이지만, 9S가 보고 듣고 해킹하는 것들이 세계의 전혀 다른 면을 드러낸다. "이미 본 이야기를 다시 보여주는 것이 왜 의미가 있는가" — 이 질문에 루트 B가 답한다.
루트 C 이후는 스포일러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루트 C에서 이 게임은 장르와 형식, 그리고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메타적 발언을 시작한다. 많은 플레이어가 루트 C에서 울었다. 이유는 직접 경험해야 한다.
스포일러를 멀리하고, 루트 A부터 순서대로 전부 플레이하라. 이것이 니어: 오토마타를 즐기는 유일하고 올바른 방법이다.
세계: 인류가 떠난 지구, 기계가 지배하는 폐허
게임의 무대는 수천 년 후의 지구다. 외계 생명체가 보낸 기계 생명체군(Machine Lifeform)의 침공으로 인류는 달로 피신했고, 지구를 되찾기 위해 안드로이드 부대 '요르하(YoRHa)'를 파견했다. 플레이어는 그 요르하 부대원으로서 황폐화된 지구를 탐험한다.
세계 자체는 아름답고 기묘하다. 유원지의 놀이기구가 녹슬어 가는 곳에서 기계 생명체들이 춤을 춘다. 사막 지역에는 누군가의 손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모래 조각상들이 있다. 어시장 폐허에는 인류의 기억을 흉내 내는 기계들이 살아간다. 이 기이한 세계는 단순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이 아니다 — 기계 생명체들이 인간 문화를 모방하고 진화하면서 인류와 안드로이드, 그리고 기계 사이의 경계를 묻는 무대가 된다.
탐험 가능한 주요 구역은 도시 폐허(수몰된 도시 구역), 사막 지역, 숲 지역, 공장 폐허, 유원지, 그리고 달 기지 등으로 구성된다. 각 구역은 독자적인 분위기와 사이드퀘스트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게임플레이에 내재된 철학: 사이드퀘스트가 도덕적 사고 실험인 이유

니어: 오토마타의 사이드퀘스트를 단순한 부가 콘텐츠로 여기고 건너뛰면 안 된다. 이 게임의 사이드퀘스트들은 그 자체로 철학적 사고 실험이다.
기계 생명체들이 모여 독자적인 '평화주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전쟁을 거부하는 퀘스트가 있다. 어느 기계는 인간 문화를 연구하다가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다. 또 다른 퀘스트는 안드로이드의 감정이 진짜인가 프로그래밍인가를 놓고 두 캐릭터가 대립한다. 한 퀘스트는 플레이어에게 도덕적으로 불편한 선택을 강요하며, 그 결과가 세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게임이 다루는 질문들은 가볍지 않다.
- ▶감정이 프로그래밍된 결과라면 그 감정은 진짜인가?
- ▶존재의 목적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면 그 삶에 의미가 있는가?
- ▶기억이 삭제된 존재의 정체성은 연속성이 있는가?
- ▶전쟁은 생존을 위한 수단인가, 아니면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는가?
니체, 사르트르, 카뮈의 이름이 게임 속에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니어: 오토마타는 교과서가 아니다. 이 철학적 질문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체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사운드트랙: 오카베 케이이치의 걸작
니어: 오토마타의 음악을 논하지 않고 이 게임을 이야기할 수 없다. 작곡가 오카베 케이이치가 이끄는 사운드팀이 만들어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게임 음악 역사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OST 중 하나다.
전투 음악은 단순히 전투를 고조시키는 배경이 아니다. 보스전 음악에는 코러스가 더해지며, 전투 강도에 따라 보컬 레이어가 동적으로 추가되거나 제거된다. 탐험 중에는 조용하고 몽환적인 피아노와 현악이 흐르다가,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같은 멜로디가 전혀 다른 편곡으로 폭발한다.
대표 트랙들은 각자의 장면을 영원히 각인시킨다.
- ▶Weight of the World — 엔딩 테마. 여러 언어로 불리는 버전이 존재하며, 게임을 완주한 플레이어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 ▶Copied City — 텅 빈 도시를 배경으로 한 몽환적 트랙.
- ▶Alien Manifestation — 첫 번째 주요 보스전 음악으로 불안과 경이가 공존한다.
- ▶A Beautiful Song — 단순한 멜로디지만, 특정 장면에서 재생될 때 전혀 단순하지 않다.
오카베 케이이치는 이 OST로 다수의 게임 음악상을 수상했다. 게임을 하지 않아도 OST만으로 감상할 가치가 있는 드문 사례다.
26개의 엔딩: 그리고 왜 엔딩 E가 특별한가
니어: 오토마타에는 26개의 엔딩이 있다. 알파벳 A부터 Z까지 이름이 붙어 있으며, 대부분은 특정 행동이나 선택의 결과로 얻는 단편적인 '배드 엔딩'에 가깝다.
진짜 엔딩은 C, D, E다.
엔딩 C와 D는 루트 C의 마지막에서 선택에 따라 갈린다. 둘 다 이 게임의 핵심 서사를 완결짓는 감정적으로 강렬한 결말이다.
엔딩 E는 이야기가 끝난 후 시작된다. 이 엔딩에서 니어: 오토마타는 '게임'이라는 형식 자체를 무기로 사용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 글에서 설명하지 않겠다. 다만 이것만은 말한다: 엔딩 E는 많은 플레이어에게 게임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결말로 꼽힌다. 그 이유는, 직접 경험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겜피크 픽으로 선정한 이유: 게임 스토리텔링에 대한 기대를 바꾼 작품
겜피크 픽(GamePeak Picks)은 높은 점수만으로 선정하지 않는다. "이 게임을 해봤어?"가 게이머들 사이의 공통 언어가 되는 작품, 게임이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확장한 작품을 선정한다.
니어: 오토마타는 2017년 이후 수많은 개발자와 게이머의 기대치를 바꿔놓았다. 이 게임을 경험한 이후,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서사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감정적 깊이, 철학적 질문, 그리고 매체 자체를 의식하는 자기 참조적 구조 —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걸 니어: 오토마타가 증명했기 때문이다.
지금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다. 이 게임은 2017년의 물건이 아니다. 시대를 초월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플레이해도 그 질문은 유효하다.
플레이 팁
사이드퀘스트를 건너뛰지 마라. 이 게임의 사이드퀘스트는 단순한 심부름이 아니다. 그 중 상당수가 메인 서사와 연결된 세계관의 핵심 퍼즐 조각이며, 일부는 이 게임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을 담고 있다. 놓치면 아쉽다.
노멀 난이도로 플레이하라. 이지 모드는 전투가 너무 단순해져 전투 자체의 재미를 감소시킨다. 하드 이상은 게임에 익숙해진 2회차 이후에 도전하자. 노멀이 이 게임을 설계 의도에 가장 가깝게 경험하는 방법이다.
낚시 사이드퀘스트를 해보라. 황폐화된 지구에서의 낚시라는 부조리함이 이 게임의 톤을 가장 잘 요약한다. 그리고 보상도 나쁘지 않다.
오토칩 설정을 커스터마이징하라. 오토칩 슬롯 시스템을 통해 회피, 아이템 사용, 포드 공격 등을 자동화할 수 있다. 초반에 이 시스템을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설정해 두면 전투가 훨씬 쾌적해진다.
죽어도 당황하지 마라. 이 게임은 죽음을 서사적 도구로 활용한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최종 평가
| 항목 | 점수 |
|---|---|
| 전투 & 액션 | ★★★★★ |
| 서사 & 철학 | ★★★★★ |
| 사운드트랙 | ★★★★★ |
| 세계관 & 탐험 | ★★★★☆ |
| 진입 장벽 | ★★★★☆ (낮음 — 누구나 접근 가능) |
| 종합 | 9.7 / 10 |
"니어: 오토마타는 묻는다: 의미 없는 세계에서 존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 이 게임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이 게임은 당신에게 무언가를 돌려줄 것이다. GamePeak의 픽, 이유 없이 드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