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JRPG를 안 해" — 이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게임 취향 대화를 하다 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JRPG는 좀...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 진입장벽이 높다, 스토리가 너무 길다, 캐릭터가 과하다, 전투가 지루하다 —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사람들이 페르소나 5 로얄을 플레이하고 나서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100시간 넘게 했는데 왜 이렇게 짧은 것 같지?"
페르소나 5 로얄은 JRPG의 장벽을 낮추는 게 아닙니다. 그 장벽 자체를 매력으로 바꿔버립니다. 긴 플레이타임, 방대한 캐릭터들과의 관계, 일정 관리, 턴제 전투 — 이 모든 것이 이 게임에선 부담이 아니라 중독성의 원천입니다.
왜 그런지, 하나씩 살펴봅시다.
팬텀 시프즈: 캐릭터 글쓰기의 수준이 다르다
이 게임의 주인공 '르블랑의 카무이' (기본 이름: 쿠루스 아케치)는 사실 조연에 가깝습니다. 진짜 주인공은 팬텀 시프즈 전원입니다. 류지, 앤, 유스케, 마코토, 후타바, 하루, 모르가나 — 이 캐릭터들은 단순한 파티 멤버가 아닙니다. 각자의 트라우마, 성장 과정, 세계관이 있고, 플레이어는 그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갑니다.
컨피던트(Confidant) 시스템은 페르소나 시리즈의 핵심 메커니즘이자 이 게임을 다른 JRPG와 구별 짓는 요소입니다. 각 캐릭터와 시간을 보내면 관계가 깊어지고, 단계마다 새로운 이야기와 전투 보너스가 열립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수치 올리기가 아닙니다. 컨피던트 이벤트는 각 캐릭터의 서사가 펼쳐지는 미니 드라마입니다.
마코토의 이야기는 책임감과 자기희생에 관한 것이고, 후타바의 이야기는 상실과 회복에 관한 것이며, 유스케의 이야기는 예술가의 정체성에 관한 것입니다. 단순히 "이 캐릭터가 좋아진다"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를 이해하게 됩니다. 플레이를 마치고 나면 이들이 허구의 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게임플레이 루프: 두 세계를 동시에 살다

페르소나 5 로얄의 구조는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메타버스 팰리스: 욕망에 찌든 어른들의 왜곡된 내면이 구현된 초자연적 공간. 야마시로 학교의 폭군적 교사 카모시다의 팰리스는 성(城)입니다. 예술 세계의 착취자 마다라메의 팰리스는 미술관입니다. 각 팰리스는 독자적인 테마, 퍼즐, 보스를 갖추고 있으며, 팬텀 시프즈는 이 공간에서 목표의 '보물'을 훔쳐 그의 욕망을 변화시킵니다.
현실 세계 도쿄: 등교, 아르바이트, 친구들과의 시간, 야간 외출 — 하루하루가 선택의 연속입니다. 아카바네 거리의 게임센터에 갈지, 커피 로스팅을 배울지, 마코토와 공부할지. 일수가 제한되어 있고 모든 걸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디에 시간을 투자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이 두 축이 맞물리는 방식이 천재적입니다. 팰리스에서 강해지려면 현실에서 컨피던트를 올려야 하고, 컨피던트를 올리려면 팰리스 공략 일정을 잘 짜야 합니다. 게임이 당신의 시간을 관리하게 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게임 속에서 시간을 관리하는 주체가 됩니다.
전투: 스타일리시한 턴제
페르소나 5의 전투는 "턴제니까 지루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완전히 무력화합니다.
프레스 턴(Press Turn) 시스템: 적의 약점을 공격하면 '원 모어(One More)' 기회가 생깁니다. 아군 전원이 약점 공격 또는 크리티컬을 내면 '홀드업' 상태가 되어 '전원 공격(All-Out Attack)'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군이 약점을 찔리면 1회 행동을 잃습니다. 이 단순한 규칙이 매 전투를 퍼즐처럼 만듭니다 — 어느 순서로 어떤 기술을 쓸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배턴 패스(Baton Pass): 원 모어 이후 다른 캐릭터에게 차례를 넘기면 그 캐릭터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연속으로 약점을 때리며 배턴을 넘기다 보면 전투가 리듬 게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퍼소나 융합: 메인 캐릭터는 '와일드 카드' 능력으로 여러 페르소나를 수집하고 융합할 수 있습니다. 두 페르소나를 합쳐 더 강한 페르소나를 만드는 과정이 빌드 최적화의 재미를 더합니다.
전투는 빠르고, 화려하고, 전략적입니다. 애니메이션 연출부터 UI까지 모든 것이 "멋있음"을 위해 설계되어 있습니다.
Royal의 추가 요소: 이미 완성작에 무엇을 더했나

2019년 오리지널 페르소나 5도 명작이었습니다. Royal(2019 JP / 2020 국내 출시)은 거기서 세 가지를 더했습니다.
카스미 요시자와: 새로운 파티 멤버이자 컨피던트. 체육관 학생으로, 그녀의 서사는 상실과 정체성에 관한 독립적인 이야기를 가집니다. 오리지널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팬텀 시프즈 전체의 다이나믹을 바꿉니다.
3학기(세 번째 학기): 오리지널에서는 1, 2학기가 있었습니다. Royal은 완전히 새로운 세 번째 학기를 추가했습니다. 새로운 팰리스, 새로운 빌런, 오리지널과는 다른 결말 — 이 파트만으로도 10~15시간입니다.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면, 3학기는 게임 전체의 주제를 한 번 더 뒤집습니다.
메멘토스 리워크: 오리지널의 반복적인 랜덤 던전 '메멘토스'에 새로운 콘텐츠와 메커니즘이 추가되어 훨씬 유기적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모나'와 관련된 메멘토스 메모 서브퀘스트는 꼭 챙기세요.
스타일과 미학: 이 게임은 스스로가 예술임을 안다

페르소나 5 로얄을 플레이하다 보면 UI를 보면서 감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메뉴를 여는 것, 전투 화면으로 전환되는 것, 레벨업 알림이 뜨는 것 — 모든 것이 붉은색과 검은색의 조합으로, 역동적인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무결한 미적 일관성을 자랑합니다. 2016년 게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 봐도 신선합니다.
음악은 별도의 섹션이 필요합니다. 쇼지 메구로(Shoji Meguro)의 사운드트랙은 재즈, 록, 팝을 뒤섞은 독자적 장르입니다. 'Last Surprise'의 첫 음이 나오는 순간 당신은 이미 전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Rivers in the Desert'는 보스전 BGM의 역대 최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사운드트랙을 따로 사서 들어도 충분히 값어치를 합니다.
팁: 처음 플레이하는 분들께
이 게임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몇 가지를 알아두세요.
- ▶컨피던트를 절대 무시하지 마세요. 팰리스 공략에 집중하다 보면 컨피던트를 미루게 됩니다. 하지만 컨피던트는 전투력에도 직결됩니다. 한 회차에 모두 맥스로 올리기는 불가능하니, 관심 있는 캐릭터를 골라 집중 투자하세요.
- ▶마코토와 후타바는 우선순위로 올리세요. 마코토의 컨피던트는 전투 중 SP 절약 능력을 주고, 후타바의 팰리스는 메인 스토리와 연결된 특별한 경험입니다. 두 캐릭터 모두 서사적으로도 게임의 하이라이트입니다.
- ▶메멘토스 메모를 확인하세요. 새 구역이 열릴 때마다 모나가 메멘토스 메모를 업데이트합니다. 여기 나오는 서브퀘스트들은 단순 심부름이 아닌 작은 이야기들이며, 일부는 컨피던트 진행과 연결됩니다.
- ▶난이도는 Safe나 Easy로 시작해도 됩니다. 이 게임의 묘미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있습니다. 전투가 너무 어려워서 진행이 막힌다면 즐기는 게 아닙니다. 나중에 2회차에서 Merciless에 도전하면 됩니다.
- ▶뒷면의 스택 게임을 잊지 마세요. 마지막 궁전 공략 전에 컨피던트와 스탯을 최대한 올려두는 것이 3학기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JRPG 신규 vs 베테랑: 왜 두 집단 모두 이 게임을 사랑하나
장르 입문자라면: 페르소나 5 로얄은 JRPG의 진입장벽을 낮추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것을 너무 흥미롭게 만들어서 장벽이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듭니다. 100시간이 지났을 때 "이게 100시간이라고?" 싶은 경험은 이 장르에서 이 게임이 독보적입니다.
베테랑이라면: 컨피던트 시스템의 깊이, 퍼소나 융합의 복잡성, 새 게임 플러스에서 열리는 추가 옵션 — 파고들수록 더 많은 것이 나옵니다. 또한 이 게임의 연출과 미학적 완성도는 100번 플레이해도 새로운 즐거움을 줍니다.
두 집단의 교집합: '이 게임 하나만큼은 꼭 해봐야 한다'는 확신. 취향을 막론하고, 게임을 진지하게 즐기는 사람이라면 페르소나 5 로얄은 경험해야 할 작품입니다.
평가: 역대 최고의 100시간짜리 게임 중 하나
페르소나 5 로얄은 완성된 게임입니다. 스토리, 캐릭터, 전투, 음악, 비주얼 — 모든 요소가 하나의 일관된 비전 아래 작동합니다. 100시간이 넘는 플레이타임이 단 한 순간도 채워야 할 의무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끝나고 나서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희귀한 게임입니다.
JRPG를 안 해본 사람에게도, 수십 편을 해온 베테랑에게도 — 이 게임은 최선의 선택입니다. 세일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GamePeak 추천 지수: ★★★★★ — 필수 플레이